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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데없는 국채보상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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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데없는 국채보상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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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난데없이 ‘국채보상운동’ 얘기를 꺼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기 위해 출국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귀국길에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다.

김 차장이 언급한 ‘국채보상운동’을 돌이켜보자.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2000만 동포가 담배를 석 달만 끊고 매달 20전씩 내면 나랏빚 1300만 원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는 기사가 실렸다.

즉시 온 나라가 호응하고 나섰다. 골초들이 담배를 끊은 것은 물론, 부녀자들은 애지중지하던 가락지를 선뜻 내놓았다. 장안의 기생들까지 빚 갚는 데 보태라며 노리개를 가지고 왔다. 목숨처럼 소중한 머리채를 잘라서 기증하는 사례도 있었다.

‘외환위기’ 때에도, 국민은 나라를 망친 정부를 욕하는 대신,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쳤다. 나라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1998년 1월 5일부터 3월 15일까지 70일 동안 349만 명이 225t, 21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을 모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외국의 여러 언론이 “자신보다도 국가와 사회를 더욱 아끼는 국민”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국채보상운동’과 ‘금 모으기’는 나랏빚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김 차장은 나랏빚과 무관한 ‘일본의 경제보복’에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김 차장의 말처럼,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처럼 ‘정부의 무능함’을 먼저 인정해야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먼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국민에게 호소해야 순서가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거두절미’하고 국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처럼 얘기를 불쑥 꺼내고 있었다.

더구나, 국민은 지금 ‘돈’이 없다. 가계부채가 ‘1500조’다. 정부의 호소에 응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는 그나마 ‘중산층’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호소를 따르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국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런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한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