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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반도체 제조 일본산 소재 대안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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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반도체 제조 일본산 소재 대안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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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강제징용을 둘러싼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정치적 대항 조치로 일본 정부가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재료의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 한국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으로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의 반도체가 세계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왜 그 재료는 여전히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싱크탱크인 니혼 소켄(日本總硏)의 무카이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선임 연구원은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朝日)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로 수출 총액의 21%를 차지하고 있다(2018년 한국무역협회 통계).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세계 점유율은 15.5%로 세계 1위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있는 존재다. 왜 이 정도로 성장했을까?

한국 정부는 1970년대 미래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대할 산업 분야로서 가전과 컴퓨터 제조에 필요한 반도체에 주목했다. 국가정책으로 자금이나 인재육성, 기술 도입 등을 통해서 국산화를 진행했다. 이러한 정책에서 크게 성장한 업체가 바로 삼성그룹이다.

당시 가전분야에서 LG전자에 크게 뒤졌던 삼성그룹이 세계 반도체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인수합병을 시작했다. 그 후 적극적으로 기술 도입을 도모하면서 반도체의 D램 개발을 진행시켜 세계와의 차이를 줄여나갔다.

반도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면 왜 한국의 기업이 앞질러 가게 된 걸까?

1980년대 미일 무역 마찰로 인해 일본의 반도체가 미국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겠다는 압력도 있어서 일본의 경쟁력이 약화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가장 큰 요인은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였다.
반도체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은 생산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제조 라인의 증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본 기업이 설비 투자의 부담을 점차 견딜 수 없게 되는 한편, 삼성 등 한국 기업은 과감히 설비 투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반도체의 코스트 다운이 실현되어 일본 기업으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가게 되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특정 산업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4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규제조치로 일본 제조업체들은 한국에 세 가지 특정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말하자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불소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생산에 쓰이는 얇은 층인 포토 리지스트(photo resist), 그리고 칩 클린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일명 에칭 가스) 등 3가지 소재다.

이런 수출 제한은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일본 제조업체에 의존해 온 한국 기업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칩은 생산 과정에서 수많은 제조 공정을 통과하며, 각 공정에는 특정 재료가 필요하다. 일본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제조 공정의 물질적 붕괴가 발생하면 칩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

일본은 칩 제조에 에칭가스로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자랑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 재료를 생산하지만 순도 면에서 일본산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일본의 고순도 수소 불소가 필수적이다. 에칭가스를 비롯한 일본 소재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우수해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현재 일본은 이들 3개 화학 물질의 전세계 공급량의 70~9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수출 승인을 받는 한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제품들을 한국에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특혜가 폐지됨에 따라 기업들은 자재를 수출할 때마다 필요한 서류를 당국에 제출하고 계약 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승인 절차는 통상 90일 정도 걸리지만 일본 정부가 기간을 조정할 경우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한국 기업들이 재고가 바닥나면 아예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 과격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 한국 정부 하에서 한일간의 외교적 갈등은 더욱 격화되었고 특히 식민지 시대의 강제 징용에 대한 보상을 둘러싼 논쟁을 둘러싸고 있다. 일본은 역사 문제를 다루는 한국의 태도에 대해 불만인 것 같다.

국내적으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핵심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수출 제한 문제를 이용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양국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제2, 제3의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당분간 일부 업체들은 보복성 경제 조치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무거운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일본은 또한 긴 통관 절차와 한국 제품에 대한 검역 강화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큰 피해를 주고 일본에 피해를 덜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은 한국인들에 대한 단기 취업 비자의 수를 제한할 수 있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