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美 의회, 트럼프 화웨이 제재 완화 반대 못하는 속사정은?

공유
0

[글로벌-Biz 24] 美 의회, 트럼프 화웨이 제재 완화 반대 못하는 속사정은?

2020년 선거 앞둔 공화당 의원, 트럼프 견해에 반하는 행위 '절대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과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과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할 생각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미국 의원들은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며 적극적인 반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의회 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로서는, 비즈니스와 국가 안보를 아우르는 트럼프의 우려스러운 교섭 전술에 견뎌야 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미 의회의 화웨이 저지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를 결정했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존재로 부상했다. 물론 화웨이에 대한 미 정부의 규제 의향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명확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조치는 5월에서야 비로소 이뤄졌다.
그런데 주말 열린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는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 완화라는 양보를 빌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 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사건의 세부 사항이 확실치는 않지만, 5월에 단행한 화웨이 금수 조치가 단순한 협상 전술이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무역 협의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애매한 태도를 취한 적이 있다. 지난해 중국 중흥통신(ZTE)과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시켰지만, 5월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제재를 해제하기도 했다. 당시 미 의원들은 지금의 화웨이와 마찬가지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트럼프의 협상에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화웨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1000억 달러가 넘을 정도로 ZTE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따라서 의원들은 트럼프의 ZTE에 대한 제재 해제 저지에서는 실패했지만, 화웨이는 ZTE보다 훨씬 더 큰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눈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어쩌면 트럼프에게 ZTE 때보다 더 큰 협상 카드를 쥐어주기 위해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프로리다)은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을 만한 지지를 얻어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를 재도입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행동마저도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 의회 선거에서 상원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현실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루비오 의원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 다시 말해 상원 절반은 왠만하면 트럼프의 견해를 배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트럼프의 거부권을 뒤집으려고 작정했다면,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의 선거에서 트럼프를 빼고 치르겠다는 각오가 서야만 화웨이 배제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디에서도 이러한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 즉, 공화당은 처음부터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의견으로는 표결조차 무의미한 상황임을 간파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약 2배의 의석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개선을 노리는 의원 중 한 명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 노스 캐롤라이나)은 그동안 줄곧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정책에 대한 비판의 입장을 펼쳐왔으나, 최근 칭찬 태도로 180도 전향함으로써 지난주 트럼프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화웨이를 둘러싼 트럼프의 양보에 분노하면서도, 그를 저지할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체로 모일 때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개개인이 트럼프와 독대한다면 절대 그의 뜻을 거스를 수 없고, 오히려 트럼프의 기분 맞추기에 급급해야 하는 현실이 앞선다. 미중 무역 협상으로 향하는 버스의 운전대는 이제 화웨이가 잡은 셈이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