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농협의 전문경영인 이한종 서울 송파농협 조합장은 언제나 농협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다. 농협 직원에서 시작해 조합장까지 한길을 걸었던 인생의 발자취에서 나온 경영철학이다.
또한 지난 5월 완공된 새 종합청사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송파농협은 지난 2016년부터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 4만6200㎡의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4층 규모로 종합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특히 청사 내 3305㎡에 이르는 하나로마트는 싸고 안전한 농산물 판매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한종 조합장은 "농협 직원들, 1600여 명 조합원, 30만 명 고객들의 염원을 담아 46년간 마천동 시대를 마감하고 문정동 시대를 열었다"며 "99.2% 우량 대출 운영을 비롯해 마트, 보험, 카드 사업 등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농촌농협, 중소도시농협과 함께 성장‧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궁극적으로는 농민 조합원들을 위한 더 큰 혜택을 드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서울 송파농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한종 조합장과 일문일답.
-서울 송파농협 소개.
▲서울 송파농협은 44년 전인 1972년에 강남, 송파 농민들이 더 잘 살기 위해 힘을 모아 설립됐다. 1600여명 조합원, 9만여명 준조합원, 30만명 고객이 힘써 전국 최대 농협으로 성장했다.
-농협 직원으로 시작해 조합장을 역임하게 된 과정은.
▲조합장이 되기 전에 23년 동안 직원 생활을 했다. 지점장, 전무 등을 거치면서 조합원을 위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조합장에 나섰다. 조합원들의 농사일, 살림살이까지 고민하면서 충실히 임하고 있다.
-옛날에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늦게 퇴근할 때 힘들었다. 사람 없는 거리를 30~40분 걸어서 집에 갔는데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었다. 겁이 나서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지고 다녔다. 고개 중턱쯤 하얀 바위가 있는데 밤에 보면 귀신같았다. 무서워서 노래를 부르며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젊어서인지 어렵고 힘든 일도 잘 극복해낸 것 같다.
-조합장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제일 큰 숙원이 우리 본점 청사가 한쪽에 치우친 점이었다. 농협의 역할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농사일뿐만 아니라 산지농협의 농산물 판매 역할까지 하는 변모된 농협으로 탈바꿈하면서 시대와 지역과 함께 발전했다.
-송파농협은 지난해 상호금융 예수금, 대출금 모두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말 예금 2조원을 넘었다. 본점 청사를 지으면서 신뢰의 상징이 된 덕분인지 예금이 많이 늘었다. 대출금은 1조5000억원인데 그중 0.8%만 이자가 늦게 들어온다. 나머지 99.2%는 이자까지 잘 들어오는 우량한 대출로 운영하고 있다. 그 외 마트 사업이나 카드, 보험 등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46년간의 마천동 시대를 청산하고 문정동 시대를 개막했다.
▲1600여명 조합원들의 46년 염원이었다. 우리 관내가 강남, 송판데 마천동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전체 조합원을 아우르기 위해 중심으로 진출해야 했다. 염원이 맺어져서 문정동 시대를 맞이했다. 새 청사는 송파대로 10차선, 지하철 8호선 문정역에 접하고 있고, 송파나들목을 통해서 지방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교통편이 좋아서 지하 하나로마트에 산지농협 농산물이 풍부하겠다.
▲지하 마트가 1100평인데 1/3 정도 공간을 농촌농협을 위해 운영한다. 경기, 강원, 전라, 충청, 경상 등 20여개 농협에 매대를 제공하면서 수수료 등 일절 관리비를 받지 않는다. 또한 가락시장 도매가 이하로 팔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농산물을 판매할 공간을 확보하고, 지역 주민은 값싸고 신선한 농산물을 언제든 살 수 있다. 농촌과 도시가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대도시 농협의 역할을 위한 현안은.
▲대도시 농협이 궁극적으로는 농촌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농협에 무이자 선도자금을 미리 지급해 이자를 받지 않고, 자금을 공급해 농촌농협이 생산한 농산물을 우리 조합에서 출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매결연 제도를 통해서 농촌농협에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농협의 풍수해 등 어려운 상황에서는 발 벗고 나서서 도우려고 한다.
-지역 환원 사업은 어떻게 운영 중인가.
▲청장년 40여개 팀 축구대회, 여성 탁구대회, 노년층 게이트볼 대회를 운영한다. 지역민들을 위해 김장김치 봉사, 양로원 방문 행사도 하고 있다. 특히, 이곳 시설에는 건강채움센터가 있다. 지역주민과 조합원은 헬스, 국선도, 요가, 라인댄스, 탁구, 당구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12~14층은 예식장에 임대했다. 조합원에게는 예식비 20%, 식대 10% 할인해 드린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현대자동차, 한전 등도 유치했다. 건물 전체의 30%는 농협이 활용하고, 70%는 임대를 해 지역 주민, 농촌, 조합원들을 위해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지역농협에서 임대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사업의 장래가 밝지 않다. 인터넷 은행 등 경쟁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수익 창출을 다른 방법에서 찾기 위해 고민했다. 5~6년 전부터 농협 청사를 통한 다각적 수익 창출을 위해 신축 건물을 구상했고 시공한 것이다.
-앞으로 서울 송파농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다.
▲청사를 완공해 임대 사업을 하고 자체 사업도 발전하니까 여러 농협에서 꾸준히 견학을 오고 많은 자료를 얻어간다. 농촌농협이나 중소도시농협과 함께 성장‧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농민 조합원들을 위한 더 큰 혜택을 드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서울 송파농협이 되도록 하겠다.
-현재 5선째 조합장을 연임하는 소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고 있다. 출근을 9시 5분에 한다. 직원들 출근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퇴근은 5시 50분에 한다. 직원들의 마음이 편안해야 조합 사업도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조합원들을 밖에서 만나는 게 조합장의 역할이지 사무실 지키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농협에 44년 동안 몸담았는데 언제까지 근무할 생각인가.
▲조합장이 큰 힘을 들여 일하는 것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조합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라기보다는 조합원들이 원하는 때까지 일하고, 박수받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농협 직원들, 조합원들, 지역주민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 직원들의 큰 도움 덕분이다. 또한 지역 선‧후배, 조합원들의 지지와 성원 덕분이다. 그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하겠다. 진실성을 갖고 소처럼 한눈팔지 않고 내 갈 길 묵묵히 가는 조합장이 되도록 하겠다.
정흥수 기자 wjdgmdtn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