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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인석 롯데건설 잠실제2롯데월드기획팀장 “타워와 함께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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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인석 롯데건설 잠실제2롯데월드기획팀장 “타워와 함께한 10년…”

서인석 롯데건설 잠실 제2롯데월드(123F) 기획팀장(부장)이 지난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서인석 롯데건설 잠실 제2롯데월드(123F) 기획팀장(부장)이 지난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지난 11일. 파란 하늘 위로 도드라지게 솟아오른 ‘롯데월드타워’에 올랐다. 123층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고속 승강기는 순식간에 전망대로 수직 상승했다. 늘 보던 서울이건만 창밖의 풍경은 생소했다. 헬리콥터조차 발 아래에 있다. 높이가 주는 쾌감은 짜릿함 그 자체다.

서울 하늘이 달라졌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로 세계 5위, 국내 1위의 마천루다. 2009년 3월 건축허가를 취득했고, 2010년 11월에 착공했다. 공사 기간만 5년 8개월, 총 4조5000억원이 투자됐다.
서인석 롯데건설 잠실 제2롯데월드(123F) 기획팀장(부장)은 지난 10년간 롯데월드타워와 동고동락했다. 계획단계부터 완공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을 지켜왔다. 롯데월드타워 준공의 주역 서 팀장을 18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롯데월드타워 모습 전경. 사진=롯데건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롯데월드타워 모습 전경. 사진=롯데건설 제공.

△초고층 프로젝트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2004년 공채로 롯데건설에 입사했다. 2006년까지 롯데캐슬골드 현장에서 일했다. 이후 롯데월드타워 초고층 TFT 기술부문에 발탁됐다. 당시 대리가 된 지 얼마 안돼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2~3년 동안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검토했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국내에 초고층 건물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 세계에서도 몇 개 안됐다. 그나마 많이 있는 중국은 건물을 막무가내로 지어서 자료가 거의 없었다. 국내에서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건설한 버즈두바이를 지은 게 유일했는데 대외비라 볼 수 없었다.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건너 들으면서 자료를 보충했다.

△롯데월드타워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타워 기획부터 준공까지 남은 사람이 4~5명밖에 없다. 그중 한 명에 속한다. 공사 규모가 워낙 커서 한 가지 공정밖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게 전체 내용을 다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기술지를 만들면서 정리하고 있다.

△공사 중 롯데건설이 새롭게 도입하거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공법이 있었나.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땐 일반적으로 ‘코어(중심부)를 선행’ 한다. 건물의 뼈대를 먼저 올리고 주변부의 슬래브를 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순서를 바꿔 ‘코어 후행’ 공법을 선택했다. 기둥과 슬라브가 같이 올라가는 공법이다. 초고층 건물에서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아 내외부적으로 반대가 컸다. 70~80층부터 공법을 적용했고, 결과적으로 효율이 높아져 공사 기간이 줄었다. 국내 초고층 건물의 새로운 사례가 됐다.

국내 최대 초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모습. 사진=롯데건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최대 초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모습. 사진=롯데건설 제공.

△롯데월드타워의 안정성을 수치로 설명한다면.


-현행법은 내진설계를 진도 6.0~6.5 의 강진에 대해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층 건물은 건물 높이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 받는다. 건물의 매스도 커지고 기둥도 커지다보니 철근도 더 들어간다. 내진설계의 기본이 철근이다. 그렇다 보니 진도 9.0의 지진까지 버티게 지어졌다. 진도 9.0의 지진은 원자력 발전소가 버틸 수 있는 규모다. 내부적으로 ‘서울에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롯데월드타워만 우뚝 서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롯데월드타워를 지으면서 많은 경우의 수에서 최적합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정답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다른 방법을 선택했으면 공사 기간이 6년이 아닌 5년이 될 수 있고 공사비용이 2조원이 됐을 수도 있다. 그만큼 초고층 전문가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방대하다. 의사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기술자들도 건물을 잘못 지으면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계속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국내 최대 초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모습. 사진=롯데건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최대 초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모습. 사진=롯데건설 제공.

△초고층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초고층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에서도 짓지 않는다. 제일 큰 시장이었던 중동도 주춤하고 있다. 초고층건물을 지으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롯데도 월드타워 대신 주상복합건물 6개동을 지었다면 몇 조원의 이익을 남겼을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데 개인 기업이 몇 조원의 손해를 감당할 수 없지 않느냐.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 프로젝트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건설사가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때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초고층 건물은 공사 기간을 넉넉히 잡고 한다면 모든 건설사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공사 기간 안에 효율적으로 짓는 게 기술이고 관건이다. 결국 어떤 건물이든 근로자의 마지막 손을 거친다. 그들을 배려하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서 배려해 줘야 한다.

롯데월드타워를 지을 때 용역에 많은 돈을 썼다. 국내 건설사들이 기술은 뛰어난 데 비해 아직까지 설계나 구조적인 부분이 아쉽다. 국가든 기업이든 충분히 믿어줘서 동등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다음에 또 초고층 건물을 짓는 회사가 있다면 롯데월드타워를 기반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업체들의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또 이러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