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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중도하차]정권마다 반복되는 '포스코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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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중도하차]정권마다 반복되는 '포스코 잔혹사'

- 18일 임시이사회서 권오준 회장, 거취 결정
- 25년째 정부 입김으로 총수 교체 논란

권오준(68)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권오준(68)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임으로 또 다시 ‘포스코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포스코 역대 회장이 연임해 임기를 다 채운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권 회장은 자신의 사임 이유를 ‘건강 악화’를 내세웠지만, ‘정권의 압박’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총수가 교체되는 이른바 ‘포스코 잔혹사’가 이어진 탓에 장기적 경영 전략을 짜기 힘들어 포스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오전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본인의 의사를 표명했다.

권 회장은 사의 표명과 함께 이사진에게 젊고 새로운 리더가 포스코를 이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제 8대 회장으로 선임된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정상적으로는 오는 2020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면서 권 회장 역시 전임 회장의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포스코 역대 회장이 연임해 임기를 다 채운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주역인 박태준 회장이 집권여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2대 황경로, 3대 정명식, 4대 김만제,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회장까지 모두 권력의 입김으로 임기 도중에 물러났다.

특히 전임 회장인 7대 정준양 전 회장은 선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박근혜 정부로 교체된 후 중도 하차했다.

물러나기 전 정 전 회장은 대통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포스코 패싱’ 현상을 겪으며 퇴진 압박설에 시달렸다.

권 회장도 이 같은 절차를 밟았다. 박근혜 정부 2년차에 포스코 최고 경영자로 선임되면서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됐다.

특히 권 회장은 선임과정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권 회장도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정부 주최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도 번번이 배제됐다

정권 교체로 총수가 교체되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장기적 경영 전략을 짜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포스코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지분구조를 지적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영화가 된지 18년이 된 포스코의 지분 구조는 현재 외국인투자자 지분이 57.31%로 가장 높고, 국민연금이 10.79%, 포스코 자사주 8.24% 등이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 정부의 경영 간섭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입김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CEO)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정적이고 젊고 능력있는 분에게 경영을 넘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