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 들면서 '곰살갑다(곰살궂다, 곰살맞다)'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곰살갑다'는 상냥하고 부드럽고 속 너름을 말하는 것이다. 또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자기 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저 '굄돌'로 만족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굄돌’은 물건의 밑을 받쳐 기울이거나 쓰러지지 않게 괴는 돌을 말한다. 또 곰과 같이 순하고 듬직한 사람, 곧 '곰손이'도 괜찮지 않을까?
사람의 행위를 이르는 재미난 말로 '말살에 쇠살'도 있다. 이 말은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갔는데 벌건 말고기를 쇠고기라고 내놓는 것을 말함이다. 누가 보아도 가짜여서 따지면 주인은 쇠고기라고 벅벅 우긴다. 번연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요즘 고위공직자 후보들 가운데 그렇게 우기는 사람도 있었다.
참 좋은 말로 '솔개그늘'도 있는데 솔개가 날 때 땅에 생기는 작은 그림자처럼 아주 작게 지는 구름의 그늘을 말한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여름날, 들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보면 솔개그늘이라도 정말 고마운 것이다. 나부터 남에게 솔개그늘이라도 되어보면 좋겠다.
임금이 먹는 밥은 수라, 하인이 먹으면 입시
토박이말로 보면 밥에도 등급이 있다. 임금이 밥을 드시면 '수라', 어른이 드시면 '진지', 보통 사람이 먹으면 '밥', 하인이 먹으면 '입시'이고, 죽은 사람에게 제사지내는 밥은 '젯메'이다. 밥도 수라가 되면 영광스럽고, 입시가 되면 천해질까?
요즘 시간이 없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이 가볍게 먹는 것으로 김밥이 인기다. 또 서양 간편식(패스트푸드)를 밥 대신 즐겨 먹는 사람도 많은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햄버거다. 이 김밥이나 햄버거는 속에 반찬감을 넣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게 쐐기를 지른 밥이다. 이런 밥이야말로 '쐐기밥'일 것이다.
요즘 나라에는 힘 있는 사람의 주위에서 지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를 '해가림'으로 불러주면 좋겠다. 권력자가 방귀를 뀌니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부했던 사람이 일반 국민에게는 추상같다. 바로 그런 사람이 ‘해가림’이다. 이런 사람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근심거리 곧 ‘근심가마리’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들게 마련인데 나이가 지긋한 사람 곧 인생 절정기의 사람을 삶의 꽃등을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꽃등을 맞고서도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곧은목성질'인데 융통성 없이 외곬으로만 나아가는 성질을 말하며,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은 듣기에 매우 거북한데 그럴 때 하는 말이 '귀 거칠다'이다. 또 말을 함부로 하여 남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것을 '글컹거리다'라고 한다. 나이 먹을수록 '곤쇠아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나이는 많아도 실없고 쓰잘 데 없는 사람은 '곤쇠아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