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은 안무의 『인연(因緣)』
최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김호은 카시아무용단의 『인연, 因緣』은 우리춤협회의 우리춤축제의 축하공연에 초대된 작품이다. 안무가 김호은(계원예고 무용과 교사)은 내용과 소재를 그리움에서 찾았고, 연(緣)은 가족의 상실과 자신의 성숙에 걸친 모든 것에 걸쳐있다. 그동안 그녀는 한(恨)을 모티브로 한 안무작들을 다수 발표해왔다.스승 김백봉, 김말애의 ‘로고스의 모방’으로 출발한 김호은은 그들의 사상, 이미지 구성, 비유, 도식 등을 연마해 왔다. 스승의 정서를 답습, 관객들의 심리를 통찰하고, 합리화에 이르는 방법을 찾아낸 하나의 출구의 본보기가 된 『인연』은 정적 공간의 동적 춤 수사로 그녀의 섭정(攝政)은 교훈적 진전의 의미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서정을 이루는 요소들, 둥근 달, 다리, 창(窓)등을 시각적 장치로 두르고, 삼십 여명에 달하는 춤꾼들은 사랑의 애절함을 메꾸는 형상화된 꽃들로 전이(轉移)된다. 여백을 걷어버린 사운드는 박진감과 감동을 재촉한다. ‘움과 숨’의 에너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추상화의 덧칠처럼 덧칠하고 벗겨낸다. 무심한 세월 속에 스쳐간 인연, 간극에 대한 아쉬움은 강박처럼 달라붙는다.

33인의 춤꾼들의 춤은 반지랍다. 김호은 춤의 진법 수준은 군무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가벼운 마음의 흔들림 속에 전개되는 달밤의 서정은 정결한 신비를 불러내고, 전통 속 현대적 역동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미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인연’은 ‘끈’으로 한 점, 두 점, 모두 점은 푸른 희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인연』이 피날레 작품이다.

2006년 창단된 계원예술고등학교 모체의 카시아무용단이 선보인 이번 창작무 『인연』은 젊은 무용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대지에 작은 씨앗을 틔우려는 염원이 돋보인 작품이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카시아무용단은 문화 소외 계층에게 재능기부로 봉사를 해온 단체이다. 건강한 속살과 밝은 꿈을 던져주는 지향성이 빚은 『인연』은 그래서 값지다.
김호은은 김백봉류의 신무용 구도의 다양성에 초점을 둔 군무의 전개를 통해 전통 속 창작무용의 역동성에 진력한다. 한국춤 통섭에 집중, 심장의 박동을 느끼게 하는 그녀는 조성(調性)과 전조(轉調)는 타 작품과 강도를 달리하고 있다. 조명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그녀는 사막의 선인장처럼 농축된 에너지를 빛으로 대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