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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감지되는 美 줄기세포 연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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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감지되는 美 줄기세포 연구환경

[글로벌이코노믹=강은희 기자]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환경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후원금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는 미 국립보건원(NIH)은 ‘인간의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에 반대하며, 연구용으로 만들어진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지난 5월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가 만들어낸 6개의 줄기세포는 연구비 후원을 받을 수 없다. 미탈리포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체세포 복제기법을 이용해 공여자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미수정란과 융합했다. 그리고는 공여자의 세포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자가재생 줄기세포 집락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미탈리포프 박사의 줄기세포는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소(CIRM)의 연구비 후원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CIRM은 NIH의 후원을 받지 못하는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지 위해 설립되었지만, 여성에게 난자 제공의 대가를 제공하거나, 그러한 난자에서 생성된 세포주에 의존하는 연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CIRM에서 연구비 후원기준을 담당하는 제프리 로맥스 팀장은 "미탈리포프 박사는 난자 제공자들에게 3000~7000달러씩을 지급했다. 이 금액은 통상적인 '용돈'의 차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이상과 같은 제도적 문제점을 회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NIH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실험실을 별도로 운영해 왔다고 한다.

미탈리포프 박사의 논문이 Cell에 발표된 직후 사진과 도표에서 몇 가지 오류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확립된 줄기세포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수십 개의 대학들이 CIRM이나 NIH의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세포주를 분양받으려고, 물질제공 동의서 문안을 작성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는 한, 미국 생명과학계의 줄기세포 연구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재를 털어 연구에 헌신하는 극소수의 과학자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데일리 박사는 NHI의 정책을 ‘연구자를 좌절시키는 제한’이라고 부른다. NIH의 정책을 그대로 따를 경우, 줄기세포에 관한 중요한 연구, 예컨대 ‘배아줄기세포(ESC)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어떻게 다른가?’라는 의문을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데일리 박사는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NIH와 대립각을 세우는 길을 포기하고,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모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들은 ESC보다는 iPSC 연구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탈리포프 박사 역시 "NIH의 규제 때문에 내가 만든 ESC를 충분히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는 후성학적 변화가 줄기세포의 다양한 분화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판자들은 "ESC 연구자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정책이 줄기세포 연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과장하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하버드 줄기세포연구소의 알렉산더 마이스너 박사(발생생물학)는 "줄기세포의 전환과정을 연구하는데 반드시 인간의 난자와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실험쥐의 난자를 갖고서도 많은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NIH와 CIRM이 세간으로부터 '줄기세포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연간 3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CIRM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CIRM은 난자 제공자에 대한 금품 제공을 금지하는 첫 번째 원칙은 고수하되, 그러한 난자(금품을 제공받은 공여자의 난자)에서 생성된 줄기세포를 사용한 연구를 금지하는 두 번째 원칙은 파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 2005년 발생한 황우석 사건은 한국은 물론 미국의 생명과학계를 위축시켰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미 국립보건원(NIH)과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소(CIRM)가 '난자 제공자에게 금품을 지급하거나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 두 기관은 미국에서 실시되는 거의 모든 생명과학 연구에 자금을 후원하는 '돈줄'이어서, 배아줄기세포(ESC)에 대한 연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그 후 등장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라는 강적 때문에 ESC는 '한물갔다'는 소리마저 듣게 됐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미탈리포프 박사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이후, ESC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미탈리포프 박사의 연구결과는 발표 직후 조작논란에 휩싸였지만, '줄기세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돼가고 있다.

향후 ESC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