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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발전방향 ‘독일식’이라고?…“국토부, 꼼수 부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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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발전방향 ‘독일식’이라고?…“국토부, 꼼수 부리지마”

민간위원회 구성 자체 문제있어…'독일식'아닌 '영국식'에 가까워

[글로벌이코노믹=김병화기자] 최근 정부가 ‘독일식’ 철도산업 발전 모델을 내세우며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본격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국토부가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는 “민간검토위원회(위원장김인호)에서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구상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해 왔다”면서 “한국의 중장기 철도산업 발전방향으로는 공기업 독점에서 부분적으로 시장개방을 허용하는 ‘독일식 모델’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난의 여론도 거세게 들끓고 있어 경쟁체제 도입에는 적지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민간위원회 구성 자체에 문제점이 지적됐다.

김재길 전국철도노조 정책실장은 “국토부는 이번 발표내용은 민간위원회에서 제시한 사안이라고 말하며 본인들은 살짝 뒤로 빠지는데 굉장히 비겁한 행동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이번 발표된 내용은 국토부가 그간 주장해 온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민간위원회는 국토부가 결정한 정책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거수기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민주당, 충남 공주)도 “민간위원회 구성원 전체 20명 중 민영화 찬성론자가 15명으로 편파적으로 구성된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 16일 4명의 민간위원이 ‘국토부가 민간위원회를 철도민영화 추진을 위한 들러리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사퇴한 가운데 민영화 찬성론자들로만 구성된 민간위원회에서 제시한 이번 안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국회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 일동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기자회견을 개최, “박근혜 정부는 졸속 · 밀실논의 KTX 민영화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하여 철도산업 발전방안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독일식' 아닌 '영국식'에 가까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모델은 사실상 ‘독일식 모델’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식은 철도를 총체적으로 총괄하는 지주회사가 있고, 그 지주회사 밑으로 철도운영 뿐만 아니라 철도건설도 나눠져 있는데, 어제 국토부가 밝힌 내용에서는 철도건설이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 철도시설을 건설하는 철도시설공단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여객·화물 등의 운영만 담당하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은 독일식과 엄연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박수현 의원은 “독일식은 상하통합형 지주회사인데, 국토부에서 발표한 것은 상하분리형 지주회사였고, 이는 독일식 보다 영국식에 가까운 모델”이라며 “정말 ‘독일식 모델’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철도시설공단도 지주회사 밑에 자회사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길 정책실장도 “독일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영국식이고, 영국은 분할 민영화를 하면서 안전문제 등이 야기됐으며, 요금도 계속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수서발의 경우 김경욱 국토부 철도정책국장을 수차례 면담하며 확인한 결과 철도공사의 지분을 30% 내외로 한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인데, 이는 결국 수서발과 관련해서는 코레일에 운영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영권이 없는데 그게 무슨 지주회사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 민영화를 위한 포석?


앞서 국토부는 지난 23일 수서발 KTX 운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철도공사가 참여하는 출자회사를 설립하되, 철도공사의 부당한 간섭이 없도록 회계와 경영이 독립돼야 한다는 것이 민간검토위원회 다수의 의견이었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것.

이에 박수현 의원은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철도공사의 간섭을 배재하고 회계와 경영 철저하게 분리해서 경쟁을 실시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철도공사는 지분만 참여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부담만 지우고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돼, 공사의 경영상태가 더욱 악화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철도공사의 30% 지분 외에 나머지 70%는 민간 지분을 배제하고 국민연금 같은 공공 연기금을 중심으로 참여시킨다 것이 국토부의 방침인데, 이는 언제라도 정부가 지분을 팔아버리면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로 가기 위해서 꼼수를 찾다보니 이런 형태의 어정쩡한 안이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재길 정책실장은 “국토부는 지금 복안으로 ‘정관’에 넣겠다 그러고 있는데, 정부가 정말 의지를 갖고 있다면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관은 이사회 의결해서 개정해 버리면 끝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은 국토부가 민간위원회 검토의견일 뿐 자신들의 의견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며 “국토부는 민간위원회의 검토의견이라면서 비겁하게 뒤에 숨어있지 말고, 하루빨리 국토부 안을 밝히고 정확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도 “사실 이번에는 법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어 국회에서도 움직이기가 어렵다”면서 “국토부가 굉장한 묘수를 낸 것으로 사료된다”고 동조했다.

정부는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의 철도관계자들은 결국 앞으로 코레일이 운영하는 전체 노선에 대해 민영화해 가겠다는 포석을 깔아놓은 것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