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열 교수의 "괜찮아, 괜찮아" 심리학 콘서트를 다녀와서
국내 긍정 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한성열 교수가 대학 강의실 밖으로 나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학 콘서트를 열었다. 한성열 교수는 지난 8일 소극장 창덕궁에서 '화와 친구 되기'를 주제로 심리학 콘서트 '괜찮아, 괜찮아'를 개최했다.한 교수는 이날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는 주제인 ‘화’란 무엇이며,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들려주었다. 심리학자의 마음을 친절하게 대중들에게 전달해 준 것이다. 최근 출판한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21세기북스)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이번 콘서트는 3일 전 이미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심리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대중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려 함께 호흡한 한성열 교수의 강의를 옮긴다. <편집자 주>

사람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화를 내지만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다. 화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인간은 열이 나면 몸이 아프다. 열은 우리 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좋은 신호다. 화도 이유 없이 나지 않기에 화는 마음에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다. 하지만 화는 나쁜 것이기 때문에 화가 나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는 눌러야 하고 참아야만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온 문화적 특성 때문에 한국인은 유독 '화병'에 많이 걸린다. 화병은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분노 등을 억눌러서 생기는 정신 질환이다.
한국에서 화병에 걸린 남녀의 비율을 보면 7:3 정도로 여성이 높지만, 남성의 40~50대 사망률은 세계 1위다. 이는 같은 연령의 여성과 비교하면 3배나 높은 수치로, 여성과 남성의 화를 푸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한국 남성의 대부분은 술을 먹으며 화를 풀고, 여성은 대화로 화를 푼다.
화를 나쁜 것이라 여기고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참는다는 뜻의 참을 인(忍)은 한자 그대로 보면 마음에 칼을 한 번씩 꼽는 것이다. 오래 참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해부해 볼 수 있다면 무수한 칼자국이 나 있을 것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화가 안 나는 사람이 아니라 날 때는 화가 나는 사람이다. 화가 난 사람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화가 날 때는 부풀어 오르고 풀리면 가라앉는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은 이러한 과정을 평생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좋은 풍선은 이러한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할 수 있는 풍선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화가 안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났을 때 화를 빨리 푸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력' 또는 '복원력'이라 부른다.
풍선에 100을 넣었다가 99를 빼는 것을 반복하면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지만, 50번을 반복하면 50이라는 바람이 풍선에 남아있게 된다.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화를 풀지 못하면 항상 화가 난 상태가 된다.
화(火) 아래 화(火)가 붙으면 염(炎)이 된다. 이러한 상태의 사람은 보통 때에도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태이므로 조금만 자극하면 크게 폭발한다. 주변에서 별것도 아닌 일로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마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도 화가 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마음속 불로 인해 화상을 입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화병(火病)이다. 화병이 난 사람들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사람은 물건을 때리고 부수는 신체적 폭력과 욕을 하는 언어폭력에 익숙하다.
한국말은 욕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언어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참는 것을 강요당하는 문화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욕을 떠올리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욕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욕이 계속해서 발달하는 있는 이유는 욕을 하면 화가 풀리는 순기능 때문이다. 따라서 화나 욕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화의 폭력성이 심화돼 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때리면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하게 되고, 밖으로 나가면 살인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화병에 걸린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있는 화를 계속 두면 결국 한 사람은 죽어야 끝난다. 살아가면서 날 수밖에 없는 화를 억제하는 것은 현명할 해결책이 아니다. 화를 친구삼아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화는 어떻게 푸는가?
화를 풀기 위해선 말을 해야 하고 그 말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화가 풀려야 행복해진다.
화는 풀리는 것이 중요하지 안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화가 난 것을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 화를 참는 만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에너지를 화를 참기 위해 마음속에 묻어버리게 된다. 이러면 언젠가 화가 마음 밖으로 표현된다.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결국 미치거나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자기 스스로 생명을 끝내게 된다.
화는 말로 풀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싸움이 났을 때 말리는 사람은 항상 말로 하라고 말한다. 사람은 말을 해야 화가 풀린다. 화를 풀기 위해선 혼자서 중얼중얼 말을 해서라도 풀어야 한다. 살아있는 공간에는 항상 소리가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화가 쌓이고 같은 공간 속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 특히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을 얘기할 수 없다면 그 공간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된다.
화를 풀기 위해 오래전 사람들은 상담이라는 좋은 도구를 만들었다. 화(火) 옆에 말(言)이 붙으면 담(談)이 된다. 상(相)은 한자로 서로를 뜻한다. 상담이라는 글자만 봐도 화를 풀기 위해서는 함께 대화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화를 풀기 위해선 말을 해야 한다. 그럼 화를 풀어주기 위한 사람은 그 말을 들어줘야 한다.
상담할 때 화를 풀어야 하는 사람을 두고 더 많이 말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경우다.
현대 사회에선 목소리를 크게 하여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모자란 것을 학교나 부모가 아닌 밖에서 배운다. 웅변 같은 말하기 학원은 많지만 듣기 학원은 드물다.
화를 풀기 위해선 대화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상담이란 단어의 의미를 보면 알겠지만 서로 대화를 해야 화가 풀린다.
사람은 혼자서 완벽하게 화를 풀 수 없다. 혼자서 자유롭다고 행복하지 않다. 화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통해 풀고 대화는 서로 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든다. 아름다운 하모니는 곧 나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한성열 교수는 심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심리학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학이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데 집중되었음을 지적하고, 오히려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연구함으로써 행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교수는 심리학자가 이론에 치중하기보다 많은 사람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감정적으로 취약한 사람과 직접 소통하며 마음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성열 교수는 "사람들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변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은 마음속의 화가 빠졌을 때 변화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화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성열 교수는 한국 자살예방협회 이사, 한국 치유상담협회 부회장,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회장, 한국 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드라마치료협회 회장, 서울생명의전화 이사, 소망교도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