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100원 어치 팔아 5.2원 남겨, 수지 급속 악화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과 매출 등 경영 실적이 6년 만에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초이노믹스’ 등으로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기업의 수지는 더 나빠져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 마디로 기업들로서는 충격의 3분기, 절망의 3분기였던 셈이다.
본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73개 기업 중 100개 유망기업을 통계적 유의성에 따라 표본으로 추출하여 조사한 2014년도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중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5조3008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조1965억2500만원에서 7조8956억7100만원 줄어들었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영업이익 감소율이 6년 만에 최악인 34.0%에 달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에게 지난 3분기는 절망과 충격 그리고 공포의 기간이었던 셈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6조1030억원으로 감소 규모가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현대중공업이 2조1570억원, 현대미포조선 5091억원, 현대자동차 3614억원, SK이노베이션 2692억원, 삼성전기 2234억원, LG화학 1587억원, 기아자동차 1297억원, 하나금융지주 1254억원, S-Oil 646억원 등의 순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100대 기업 중 51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 중 24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일수록 수지가 더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올 3분기 중 100대 유망기업의 매출총액은 292조9368억7900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300조7903억4100만원에 비해 2.6% 줄어든 7조8534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상장기업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도 글로벌 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매출영업익률은 5.2%에 불과했다. 이는 100원어치 상품을 팔아 그 중 5.2원만 이익으로 남겼다는 의미이다. 매출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9.5%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5.2%로 무려 4.3%포인트 떨어졌다.
경영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라이프 싸이클 전환과 저가 휴대폰 업체들의 도약 등으로 실적이 위축된 데다, 2위 업체인 현대자동차마저도 환율 조정 등으로 타격을 받아 영업 활동이 크게 둔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전반적인 경기 위축, 소비 감소, 수출 부진 등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된 것도 3분기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한재민 교수는 "자동차와 전자 등 주요 전력 업종에서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이노베이션 전략이 부족했다"면서 "꾸준한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련, “경기 진단을 잘못하여 인플레 억제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디플레가 더욱 심화된 것도 올해 3분기 기업의 경영실적을 악화시키는 데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정부의 정책도 디플레를 벗어나는데 가장 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이코노믹 특별취재팀(김양혁, 조계원, 김영대, 박인웅, 조수현 기자)
[조사방법] 글로벌이코노믹는 3분기 국내 기업의 경영 실적을 분석하기 위해 특별취재팀을 구성, 약 한 달에 걸쳐 자본시장법상 분기 실적 고시가 의무화 돼있는 상장기업 전부를 대상으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의 지표를 조사했다. 각 기업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한 3분기 경영 실적을 전수 조사한 다음, 이 중 지주회사와 자회사 관계에 있는 중복 기업들을 제외한 후 최근 20년 간 시계열 상 통계적 유의성이 높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업체 100개를 추출, 이를 토대로 실적을 분석했다.
조사는 지난 4일까지 기준으로 실적을 고시하지 않은 기업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통계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 이 기사에서 인용하는 모든 원천지표는 각 기업들이 발표한 것이며 전체 통계와 평균 등은 특별취재팀이 재구성했다. 글로벌이코노믹는 앞으로도 수시로 국내외 기업들의 경영 실적 및 영업 현황을 분석하여 올바른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