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2달 남짓 남겨둔 지금 은행권 인사들의 물밑 접촉이 치열하다. 금융권 최고경영자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임기가 만료되어 공석이 되는 자리는 하나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 국민은행장, 우리은행장, 신한은행장, 은행연합회 회장, 생명보험협회 회장, 금융투자협회 회장, 주택금융공사 사장, SGI서울보증 사장,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등으로 총 11자리가 내년 3월까지 모두 공석이 발생한다.
이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쟁탈전의 화두는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사태로 여론의 이목이 ‘관피아’, ‘낙하산’ 논란에 집중되어 있어 각 금융사는 관료 출신이나 낙하산 인사 선정 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여러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선임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동시에 2~3개 금융사의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들의 눈치 보기 작전도 치열하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KB금융지주로, 현재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자리는 모두 공석이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김옥찬 전 후보의 사퇴로 7명의 후보가 선임되어 있으며, 김옥찬 전 후보는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사퇴하고 SGI서울보증사장 후보에 출마했다. 이에 따라 7명의 후보는 오는 16일로 예정 되어있는 제4차 회추위를 통해 4명의 후보로 압축된다. 차후 4명의 후보는 심층 면접을 통해 이달말 최종 1명의 후보를 선임한다.

KB사태문제로 국민은행장은 회장이 겸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회장이 행장과 분리 경영을 진행할 경우 국민은행장 선임 규정상 KB금융지주의 회장이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회장 선임 이후 바로 국민은행장 선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사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 역시 새로운 은행장 선임에 돌입해야 한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은행 이사회에 본인의 사퇴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에 따라 이사회는 현재 차기 행장 선임에 들어갔다. SGI서울보증 사장 선임은 KB금융 회장 선임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김병기 전 사장의 임기가 올해 6월로 끝나면서 지난 10일까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았다. 현재 19명의 후보가 지원해 있으며,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역시 포함되어 있다.
이외 공개된 후보는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병기 전 사장은 유임에 도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GI서울보증은 서류심사과정을 거쳐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오는 20일까지 최종 면접자 후보를 선정한다. 최종 결정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가시화 되는 시점에 사퇴하겠다고 지난 8월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10월 금융당국 통합승인에 맞춰 올해 말에는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금융당국으로 부터의 징계로 인해 연임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말 은행장 선임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은행장 선임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내년 초까지 매각절차에 들어가는 우리은행의 이순우 회장 겸 은행장의 임기도 오는 12월 만료된다. 이순우 회장은 연임이 가능하나 우리은행 민영화에 따라 연임할 것이라는 의견과 민영화가 실패할 경우 새로운 회장 선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은행업계 1위인 신한은행의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 끝나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진원 행장의 임기 동안 큰 탈 없이 은행을 경영해온 공을 인정해 유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유임 결정이 되지 않는다면 업계 1위인 신한은행의 행장자리 역시 경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도 9개월째 공석으로 있는 사장 선임을 위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0일 모집 공고를 냈다. 유력 후보로는 공석인 사장을 대신해 업무를 맡고 있는 김재천 부사장과 이윤희 전 IBK캐피탈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박병원 회장의 임기 역시 올해 11월 끝나게 된다. 은행연합회 자리는 역대 회장 10명준 7명이 관료 출신으로 최근 금융권의 관피아 논란이 거센 상황 속에 민간 금융인 출신 인사인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회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총회에서 추천과 제청을 받아 만장일치로 선임된다.
생명보험협회 김규복 회장 역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생명보험협회는 최근 금융권의 최고경영자 인선 태풍이 불면서 선임이 늦춰질 경우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현 임원이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생명보험협회 역시 그동안 관료출신 인사의 선임이 당연시 되어 왔으나 최근 손해보험협회가 민간인 출신 회장을 선임하는 등 금융권의 관료출신 인사 기피 현상이 벌어지면서 민간인 출신 인사의 선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어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이 내년 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포기했다. 박 회장은 연임을 포기한 사유를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젊고 열정적인 인물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인 출신 업계전문가의 차기 회장 선임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