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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폰'은 망하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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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폰'은 망하는 지름길

[글로벌 이슈] '혁신 잃은' 애플, "더 이상의 블록버스터는 없다"

잡스의 '유품'이 아직까지 애플 먹여 살려


아이폰 매출 유지하면서 아이워치 뛰워라


[글로벌이코노믹=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애플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2014년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이며, 구글과 함께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중 하나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세기 최고의 혁신적인 경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잡스를 능가하는 창의성을 가진 경영자는 나오고 있지 않다. 잡스가 이 세상에 남긴 가장 혁신적인 제품은 아이폰이다. 아직도 아이폰이 애플을 먹여 살리고 있다.
잡스 이후 애플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는 팀 쿡인데, 시장전문가들은 팀 쿡이 이끌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대규모 매출을 내는 다른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애플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

▲애플의맥카페
▲애플의맥카페
애플은 잡스 생전부터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특허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각종 부품을 납품하면서 스마트폰에 관한 제조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를 기반으로 갤럭시를 개발해 애플을 추격하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라는 모방기업(copy cat)과 특허분쟁을 하는 것이 애플의 혁신이 멈춘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되었건 지난 몇 년 동안 애플은 아이폰에 필적한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앞으로 과연 아이폰과 같은 대박상품을 다시 출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현재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장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아이폰과 같은 빅히트 상품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다만 애플이 현재의 압도적인 제품경쟁력을 잘 활용한다면 애플이 IT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전략은 2가지다.

첫째, 애플의 최고 히트상품인 아이폰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애플의 20142분기 매출 구성을 보면, 아이폰이 9% 상승한 53%, 아이패드가 16%, 아이맥 PC15%, 아이팟이 1%, 아이튠즈가 12%, 나머지 3%는 기타 액세서리와 서비스료로 구성됐다. 2014년도 2분기까지 아이폰이 창출한 매출액은 3400억 달러(348조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 순위 Top5에서 5위를 차지한 애플의 iPhone 4s 8GB는 출시한 지 이미 2년이 지난 구모델이다. 그럼에도 당당히 5위권 안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모델이 가진 상품의 지속적인 매력도 있지만 애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파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막강한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오래 지속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다양한 아이폰이 애플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3분기, 4분기에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둘째, 아이폰의 후광효과를 잘 활용해 아이워치의 판촉을 강화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워치가 운동하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웨어러블 PC로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웨어러블 PC시장은 Garmin, Nike, Fitbit 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아이워치 제품은 기존에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웨어러블 PC의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타깃 고객은 운동가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만약 일반인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아이워치가 애플의 차세대 전략제품이 될 수도 있다.
▲애플스토어에전시되어있는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등애플제품들
▲애플스토어에전시되어있는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등애플제품들
전문가들은 팀 쿡에게 잡스를 능가하는 실적을 내기 위해 조급증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쿡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애플을 잘 이끌고 있으며, 잡스 못지않은 혁신가라고 하지만 단기간에 아이폰을 뛰어넘을 대작을 창안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아이폰을 뛰어넘을 대작을 준비하기 위해 허둥대기보다는 아이폰의 후광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스럽게도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샤오미와 같은 로컬 기업들에게 저가시장을 빼앗기면서 고전하고 있어 새로운 히트작을 만들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삼성과 특허전쟁 혁신 멈춘 애플의 현주소


글로벌 톱5 아이폰4S 2년 지난 구형


애플은 아이폰5까지 동일한 사이즈를 유지했는데, 아이폰6부터 빅 아이폰, 즉 화면을 키우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이폰의 화면이 태블릿에 비해 너무 작아 불편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Smart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 파블릿(Phablets)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파블릿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 사이즈의 크기로 보통 화면이 5.01인치~6.90인치인 스마트기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기종으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시리즈가 있다.

아일랜드의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엑센추어(Accenture plc)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중 47%는 파블릿(Phablets)을 구매하기를 원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기능을 적절히 배합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파블릿이 기능은 태블릿에, 가격은 스마트폰에 근접하면서 그 효과는 배로 커지고 있다. 신흥공업국을 예로 들면 인도 소비자의 67%, 중국 소비자의 66%, 남아프리카 소비자의 65%가 파블릿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미국 소비자의 40%, 독일 소비자의 30%, 일본 소비자의 19%로 선호비율이 낮았다.

이렇듯 파블릿 구매의사 비율은 신흥공업국가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저가형 스마트폰이 대중적인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점차 큰 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멕시코의 경우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77%이고, 파블릿을 원하는 비율이 48%에 달하는데 점점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이 외에 신흥공업국의 파블릿 구매의사 비율을 살펴보면 터키 64%, 인도네시아 61%, 한국 51%, 러시아 50%, 아랍에미리트 50%, 체코 공화국 49%, 브라질 48%, 스페인 46% 등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의 자료를 참고하면 왜 애플이 빅 아이폰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고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적정한 크기와 디자인 때문이다. 아이폰의 충성고객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데, 여성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담한 사이즈다. 그런데 아이폰이 빅 사이즈로 가게 되면 기존의 충성고객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도 충분히 좋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

아이폰 '경험과 로열티'를 팔아라


삼성도 신흥국 로컬업체에 밀려 고전 중


새로운 히트작시장 만들어 낼 시간 벌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다가 유럽국가들의 국가재정위기로 다시 침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살아난다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혹독한 겨울날씨, 연초부터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다시 침체되고 있다. 결국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공업국들마저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마트기기 시장이 고가에서 저가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애플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예술이라고할만큼미적감각이물씬풍기는중국애플스토어1호점전경
▲공간예술이라고할만큼미적감각이물씬풍기는중국애플스토어1호점전경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데다가 기술도 평준화되어 각 회사마다 내놓는 스마트폰도 기술적 차이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아직도 고가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애플스토어의 운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애플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애플 제품을 경험하는 것은 판매에 있어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소비자들을 위해 애플 기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제품별 사용법, 관련 소프트웨어 활용 등에 관한 아카데미 강의, 워크숍을 자주 개최할 필요가 있다. 애플 제품에 대한 마니아층이 많기 때문에 애플이 강의나 워크숍을 직접 주도할 필요는 없다. 마니아들이 애플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이들에게 토론할 수 있는 자세한 자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들에게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입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애플스토어는 20146월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 총 425개가 있다. 미국 254, 영국 37, 캐나다 29, 오스트레일리아 21, 프랑스 17, 이탈리아 14, 독일 13, 스페인 11, 중국 10, 일본 8, 스위스 3, 홍콩 3, 스웨덴 3, 네덜란드 2, 브라질 1, 터키 1개 등이다. 애플은 애플 직원이 자사의 제품을 디스플레이할 때 소비자 곁에서 직접 전문적인 설명과 도움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애플은 애플스토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중요성을 파악해 20148월 이들의 임금을 인상해줄 계획이다. 소비자와 최접점에 위치한 직원들의 사기를 고양시키는 것이 매출확대에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글로벌 1위 업체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효율적인 제품생산과 운영방식도 주효했지만 애플에 대한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도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가 없으면 낮은 시장점유율, 단순한 제품라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애플스토어가 소비자의 로열티를 고양시키는데 매우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스토어의 핵심을 파악한 삼성전자가 다양한 체험관을 오픈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