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09:54
춘천의 금병산을 다녀왔다. 금병산(652m)은 1930년대 한국소설의 축복으로 불리는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실레마을 뒷산 이름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도 한 번쯤은 올라볼 만하다. 김유정은 자신의 글 속에서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부른다고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춘천(春川)이란 한자식 지명보다는 순우리말인 '봄내'라는 말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봄내' 하고 소리 내어 부르면 금방이라도 계곡의 물소리 명랑하게 들려오고 산기슭 어딘가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가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 아래 기다2024.03.26 05:00
어느 날 뚜봉이가 가출했다.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하다가 따라나온 뚜봉이를 깜빡한 것이다. 오후에 반려견 인식표를 확인한 동물병원의 전화를 받고 뚜봉이를 찾을 수 있었다. 뚜봉이를 자기 집에 데리고 있던 같은 동네의 이웃에게서 전달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웃에게서 자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후 가끔 동네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그 이웃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항상 집게와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산책하는 김에 청소를 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 집안에 한상현 사촌형이 있다. 당진 면2024.03.25 09:34
대선 이후, 한국 정치 주요 이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패배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것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22대 총선 책임을 감당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선출과 한동훈 비대위 체제 출현은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양대 축의 경쟁과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 상황과 미래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세계적 위기국면에서 한국의 정치적 대립이 자칫 경제 불안정과 민생 문제 악화로 이어져, 국가안보와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정치인들의 신중하고 포괄적인 대응 전략은 부족하다.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과 이재명 대표의 '정권심판론 전략'에서, 한 위원장2024.03.23 17:44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칼국수와 수제비는 천국 같은 맛이었고, 그 기억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환상적인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버지에 의해 9살에 친가에 맡겨진 후 아버지의 돌아오겠다는 말은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고아가 되어 학교 대신 무임금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고, 어느 날 소여물을 먹이다가 내 처지가 소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서울로 상경했다.10세의 고아에게 서울은 차가움과 공포로 가득 찬 곳이었다. 1971년의 영등포는 제빵 및 제과 공장들로 북적였다. 현재 양화인공폭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당시 영등포 쓰레기 처리장이었2024.03.21 09:12
최근 MBTI와 관련하여, SNS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직관형(N)인 사람들은 머리를 감을 때 흑역사부터 시작하여 기후변화까지 걱정하는 반면, 감각형(S)인 사람들은 그저 머리만 감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만만치 않은 N으로서, 머리를 감을 때면 내 인생의 모든 흑역사를 계속해서 끄집어낸다. 노력해서 떠올리는 것도 아닌데, 샤워기의 미지근한 물을 머리에 대는 순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온갖 흑역사가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 중의 80% 정도는 사회생활 초년생일때의 일화이다. 모 대기업 재직 시절, 퇴사할 때까지 대리님을 ‘ㅇㅇ이 언니'라고 불렀던 일. 자리에 앉아서 팀장님께 내 자리까지 ‘오라고' 호출했던 일. 사수, 대2024.03.20 12:41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정국’에서 한국 사회의 의료인력 불균형 및 특수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정책들은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이는 내과·외과계 인력 부족을 포함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같은 계획의 실패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 공감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얼마나 잘 수렴하고 소통하는지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면서, 정책 추진 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및 협력과 사회 지도층의 이해 확대 등 다각도의 접근 필요성을 실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와 의료 취약 지역의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2025학년도부터 의2024.03.19 12:43
"봄이 성큼 다가왔다.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 몰려와 천둥·번개가 소란을 피운다. 어느덧 구름은 걷히고 새들은 다시 아늑한 봄의 분위기 속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의 소네트 일부 바야흐로 봄이다. 꽃에 굶주린 사람들은 골짜기의 얼음이 녹기도 전에 잔설에 덮인 산속을 헤매며 꽃을 찾아 나서지만 이젠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도 봄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아파트 화단에서 소담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는 물론이고 볕바른 담벼락에도 진노랑 개나리가 하나, 둘씩 피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터져 오르는2024.03.13 09:28
스포츠 스타들이 유명도를 인정받는 이유는 성과와 이미지, 광고나 홍보 등의 마케팅, 팬 기반의 인기도, 사회적 영향력 등 무형적인 요소들과 팀의 위상, 스포츠 종목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조합된 것이 Brand 가치로 진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세계 기업별 Brand 가치의 경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아마존과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1위를 번갈아 차지하였으며,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다.2023년에는 '넥스트 노멀' 시대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을 중점으로 둔 기업이 주목받았으며, '메타 버스' 기술과 ESG 경영 도입 등을 고려한 기업이2024.03.13 07:48
오랜만에 천변에 나가 보았다. 방학천이 겨우내 공사 중이라서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겨우내 끊겨 있었기 때문이다. 굴착기가 윙윙 굉음을 내는 공사장의 소음을 무릅쓸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까운 둘레길이나 산을 오르내리며 봄이 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봄은 쉬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간간이 흩뿌려대는 춘설 때문에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쉬 풀 수도 없었다. 그런 중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 믿음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남녘의 친구들이 보내오는 봄꽃 소식이 마음을 들뜨게 해도 삶의 자장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천변에는 쇠백로가 먹이 사냥을 하고 몇 마리의 물오리들이 한가롭2024.03.12 13:18
지식 기반 사회에서 기업 현장의 업무는 대부분 말과 글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회사에서 말이나 글의 용도는 크게 ‘정보전달’, ‘의사결정’, ‘의사소통’ 이렇게 세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업무 현장에서 말 또는 글에 담기는 내용은 정보 시스템이나 지식관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이 정보들을 연결해 지식을 구축한다. 더 나아가 구축된 지식을 바탕으로 성찰과 회고를 통해 통찰과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2024.03.07 09:22
데이터 분석은 코로나 이후 유행처럼 번지는 분야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나의 논리를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주장할 때 객관적이고 투명해 보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학자의 주장과 데이터 분석 결과들을 종합해 내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관심을 통해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데이터 분석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엔 두 가지가 있다. 더러는 ‘그 정도는 경험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라고 얘기하며 비판적 의견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데이터는2024.03.06 18:17
금과 비트코인 등 이른바 대체자산이 급등세다. 국제 금값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2141달러를 돌파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금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한 공급 제한과 중국 등지의 수요 확대가 초래한 결과다. 금은 원유처럼 대규모 공급 확대를 할 수 없다. 유사 이래 채굴한 금을 다 합쳐도 21만2500톤에 불과하다. 세계금위원회(WGC)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에서 채굴 가능한 황금 매장량은 5만9000톤 규모다. 공급량을 유지하려면 비용 상승과 품질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저품질 금은 제련과정에서 전기료와 약제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영국 메탈포커스의 데이터를 보면 금 채굴 비용은 지난해 기준 온스당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