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 철근 등은 전기로 공장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전기로 방식이란 철광석을 주 원재료로 삼는 고로와 달리 철스크랩을 원재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열연제품도 지속된 적자로 골치덩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이 다소 개선돼 적자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의 전기로 제품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철스크랩 원탑 구매자로써 현대제철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제품 판매가격과 원료 구매가격간의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제품가격은 10만원 떨어졌지만 철스크랩 구매단가는 15만원 내외나 떨어지면서 원료-제품 스프레드가 전년동기비 확대됐다.
현대제철은 현대제철은 과거에도 국내 봉형강 1위 업체였으나 최근들어 경쟁사들의 잇따른 전기로 폐쇄조치로 인해 짭짤한 이득을 보고 있다. 포스코 하이밀의 가동 중단, 동부제철의 전기로 폐쇄가 대표적이다.
올해 4월 포스코는 연산 180만톤 생산능력의 하이밀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하이밀 가동률이 50%에서 30%로 떨어졌고, 중국발 저가 열연에 밀리며 적자를 면하기 힘들어지자 가동을 멈춰버린 것이다. 동부제철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며 지난해 말 연산 30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잇따른 전기로 가동 중단으로 철스크랩 수요 역시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철스크랩 총 수요는 1406만톤으로 전년동기비 13.2% 감소했다. 감소 수량은 214만7200톤이다. 철스크랩 수요 감소는 제강사의 구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제강사들의 올 상반기 국내 철스크랩 구매량은 766만톤으로 전년동기비 8.6% 감소했다. 수입량은 291만톤으로 전년동기비 33.9%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압도적 구매지배력을 바탕으로 철스크랩 시장에서 가격, 물량, 정책 등을 유리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실제 철스크랩 납품업체들은 최대 전기로 메이커인 현대제철의 구좌권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철스크랩 업체들이 현대제철에 납품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많은 양의 고철을 안정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강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현대제철의 경우 구좌권을 얻어야만 철스크랩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기존 구좌업체 보호를 위해 더이상 구좌업체 등록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가 예전에는 골치덩어리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철근, H형강 판매사업이 상반기 호조를 보이며 입지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국내 전기로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거나 폐쇄하면서 철스크랩 구매에 있어 시장을 컨트롤하기가 보다 수월해진 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