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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동국제강이 포스코에 항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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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동국제강이 포스코에 항의한 까닭은?

포스코 봉형강 시장 진출 초읽기…제강업계 "강력 비판"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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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까지 해야합니까?"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관계자들은 최근 포스코 마케팅부서에 볼멘소리로 정식 항의했다. 포스코 베트남 봉형강 공장에서 한국으로 철근과 H형강의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나서부터다.
이렇게 포스코의 해외법인을 통한 국내 봉형강 시장 진출을 두고 제강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준공한 베트남 봉형강 공장(POSCO SS VINA)에서 생산되는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 제품의 한국향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POSCO SS VINA의 연간 생산능력은 철근 50만톤, H형강 50만톤이다. 현재 검토를 거의 완료했으며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포스코 영업부서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을 상대로 영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봉형강을 생산하지 않았던 업체다. POSCO SS VINA는 지금은 세아그룹에 매각된 포스코특수강(전)이 만든 해외법인으로서 베트남 봉형강시장에 팔기 위해 지은 공장이다. 최신식 설비로서 품질문제를 거의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베트남 봉형강 시장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가 넘쳐나고 있어 사실상 포스코가 팔 곳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POSCO SS VINA에서 생산한 봉형강을 국내 내수시장에 들여와 팔려는 것이다.

국내 철근시장 수요가 비교적 양호한데다 H형강의 경우 중국산 반덤핑 제소로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점도 포스코의 한국향 봉형강 수출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포스코의 움직임을 두고 국내 제강사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 한국제강 등 7대 제강사들이 있는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5개사는 철근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강업계는 포스코가 POSCO SS VINA 생산량의 50% 이상은 한국에 수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25만톤은 월 기준 2만톤의 거대한 물량이다. 철근 2만톤, H형강 2만톤이 매월 한국시장으로 유입되면 기존 시장을 잠식하면서 중소 제강사들의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봉형강제조업체들이 기존에 한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이미 강건재 사업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놓았다. 포스코건설이라는 캡티브 마켓을 갖고 있고, 포스코P&S라는 강건재 판매 스페셜리스트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동양에스텍 등 포스코 판매점들을 통해 빌탑빔(Built Up H-BEAM)까지 건설시장에 팔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철근, H형강까지 국내 시장에 팔 경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중소업체들의 먹거리를 뺏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제강업계 관계자는 "H형강의 경우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대기업이라지만 철근은 중소 업체들이 많은데 포스코가 봉형강 시장 진출을 통해 이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은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가 할 행동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포스코 측에 최근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제강업계의 반발에 대한 포스코의 입장은 어떨까. 포스코는 철근과 H형강을 따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H형강은 한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철근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근의 경우 베트남에서 중국산 철근 등 수입재에 관세 15% 정도를 물기 때문에 중국산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며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금으로서는 베트남 현지에 판매하는 것이 더 이득이고 판매처도 있어 철근을 한국으로 수출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황 변화가 있을 경우 수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밝혀 가능성은 열어두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또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밝히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지금 포스코 역시 생존이 화두인 상황"이라며 "철강업계 리더로서 체면차리기 보다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팔고 경쟁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봉형강 시장 진출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제강업계. 포스코가 비판을 무릅쓰고 언제, 얼마나 많은 봉형강을 한국으로 수출할 지와 이에 대한 제강사들의 움직임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