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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72)] 꼬마탐정들의 행복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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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72)] 꼬마탐정들의 행복한 글쓰기

아이들이 눈을 요리조리 굴립니다. 친구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끄적끄적 열심히 적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무언가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입니다. 교과서에 이야기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쓰라고 하면 “다 채워야 해요? 얼마만큼 써요?”라며 얼굴 먼저 찌푸리던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됐나 신기할 정도입니다.

오늘 우리반 친구들은 탐정이 되어 친구를 몰래 관찰하고 그 내용을 글로 써보는 탐정글쓰기를 처음 해 보았습니다. 아침에 제비뽑기로 정한 친구의 모습을 하루 종일 관찰하면서 글을 쓰는데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하루 종일 얼마나 열심히 친구를 관찰했는지 6교시에 발표를 하는데 무려 3쪽이나 빼곡하게 적은 아이도 있습니다. 서로가 쓴 글을 발표하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글을 쓴 아이는 그 친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하루였다고 이야기하고, 글의 주인공이 된 친구는 누군가가 하루 종일 자신을 바라봐 주어서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떠올려보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탐정글쓰기는 행복한 글쓰기에 소개된 여러 가지 글쓰기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3쪽이나 친구에 대한 글을 쓰고도 전혀 힘든 내색 없이 다음에 또 하자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행복한 글쓰기를 다양하게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친구를 관찰하며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나를 관찰하는 친구는 누굴까?’ 무척이나 궁금해 하고, 나에 대한 글을 친구가 발표할 때면 얼굴까지 빨개질 정도로 수줍어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끝까지 열심히 듣습니다. 친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니 글쓰기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절로 되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할 때 그 동안 논리적인 형식에만 너무 얽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오늘 우리반에서는 글을 쓰는 아이들도, 그걸 바라보는 선생님도 이렇게 행복하였으니 이게 바로 행복한 글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번에는 아이들의 글쓰기에 선생님도 살짝 끼어달라고 말해야겠습니다. 사랑스런 꼬마탐정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으며 행복한 글쓰기에 푹 빠져보고 싶습니다.
안명숙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인천회장(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