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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딸기코 환자'가 통증 더 느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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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딸기코 환자'가 통증 더 느끼는 이유는

▲김방순에스앤유김방순피부과원장이미지 확대보기
▲김방순에스앤유김방순피부과원장
[글로벌이코노믹=김방순 에스앤유 김방순 피부과 원장] 얼마 전 통증과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셀(Cell)’에 발표됐다. 생쥐에게서 피부‧신경‧관절에서 발견되는 통증수용체 중 하나인 TRPV1을 없앤 결과, 해당 생쥐의 수명이 12% 늘어난 것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도 더 많이 분비됐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통증수용체가 건강 및 수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통증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류는 진화하면서 해로운 자극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거나 피하기 위해 관련 신경수용체들이 발달해왔다. TRPV1은 그런 신경수용체의 대표적인 예로, 피부에서 통증이나 아주 뜨거운 온도 등을 감지해 해로운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다만 TRPV1 발현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증가하면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피부과 질환 중 하나인 주사(酒皻)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주사는 딸기코처럼 코 끝이 빨갛고 울퉁불퉁하게 변하거나, 양 볼이 술을 마신 듯이 달아오르는 질환이다. 이런 주사 환자에게서 통증수용체는 다른 피부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보다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사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는데, 선천 면역(innate immunity)이 증가되어 있어서 자극을 받았을 때 염증이 잘 생기고 혈관도 다른 사람보다 잘 늘어난다는 이론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혈관의 취약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혈액순환을 위해 혈관이 취약한 상태에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면 혈관이 다시 줄어들지 않고 계속 확장된 상태로 남아 부위가 빨개지고 주사가 될 수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도 주사에 영향을 미친다. 주사 증상이 있으면 얼굴이 쉽게 달아올라 사람이 많은 곳이나 긴장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얼굴이 빨개질 것을 걱정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얼굴이 붉어진 후에는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얼굴이 더 붉어진다. 결국 대인관계에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체내 활성산소도 늘어나 주사가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주사 환자는 통증수용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나타나는 만큼 심리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외적인 스트레스에도 민감해진다. 가령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같은 열기라도 더 뜨겁게 느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는 순한 성분의 화장품도 따끔거린다고 느끼고 같은 염증 반응이라도 더 심한 통증을 느낀다.

따라서 주사 증상이 있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등으로 약물치료를 하거나, IPL 등의 레이저 치료를 받는다. IPL은 늘어진 혈관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으며, 간혹 주사 증상으로 울퉁불퉁한 여드름이 동반된다면 모공을 줄이면서 피지 분비를 줄이는 PPx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병원 치료만 받는다고 해서 주사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서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이나 뜨거운 사우나 등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주사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 또한 신경을 자극하고 혈관의 온도를 높이는 만큼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외출 시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일도 중요하다. 자외선은 혈관 주위 탄력섬유를 파괴시켜 혈관이 좀 더 쉽게 늘어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실핏줄이 보이거나 홍조가 지속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주사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